부산작가회의 홈페이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Home | Sitemap | Contact us
ID:
PW: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글을 올리는 열린 공간입니다.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욕설, 비방, 광고의 글은 올리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국제신문>[감성터치] 선물 /나여경(12/11)
부산작가회의  (Homepage) 2016-12-14 11:32:24, 조회 : 2,152, 추천 : 613
- SiteLink #1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161212.22030193143
- Download #1 : S20161031_22030184922i1.jpg (11.53 KB), Download : 0



"귀신을 막아주는 신성한 나무데이. 나 작가를 잘 지켜줄 거야." 기와집 앞에 선 키 큰 회화나무 두 그루를 가리키며 시인이 말했다. 나는 웃으며 잘생긴 두 그루의 나무를 올려다봤다. 아까시나무를 닮은 우리나라 5대 거목 중 하나라는 회화나무는 품 넓은 남정네처럼 푸른 나뭇가지를 허공에 펼치고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뿐. 모든 사물에는 정령이 스며있다는 말 따위를 그다지 신봉하지 않는 나는 내 안위를 걱정해 주는 시인의 고마운 마음만 받고 신성한 능력을 지녔다는 나무 이야기는 곧 잊었다.

가끔 잡무로 눈이 피곤하거나 햇빛을 쐬기 위해 밖으로 나올 때는 멀리 서 있는 나무를 바라보았다. 두 그루 회화나무는 서로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서 있었는데 허공에 펼친 가지가 얼마나 넓은지 머리가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자연히 그 둘이 만든 그늘도 넓었다. 사람들은 햇볕 내리쬐는 한여름, 기와집 마루에 앉아 나무를 바라보기도 하고 하얀 꽃을 수북이 매달고 있는 회화나무 기둥을 붙잡고 서성이다 돌아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화나무 앞에 서 있던 초로의 여자분이 내게 말을 붙였다. 아니 내게 말을 붙였다기보다는 혼잣말에 가까운 중얼거림이었다. "참 자알 생겼데이, 귀한 나무제, 신통 허고 상서로운 기운이 서려 있는… 알제?" "네? …." 초로의 여인에겐 시장에서 밥장사하는 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친구의 밥집은 제법 장사가 잘됐는데 무슨 마가 끼었는지 단골손님에게 사기를 당했다. 그 후 친구는 사기꾼을 잡는다고 장사를 걷어치우고 돌아다녔다. 그러다 보니 서서히 손님도 끊어지고 혼자 키운 아들마저 엇길로 나가 그야말로 세상 살 의욕을 모두 잃어버렸다. 종국에는 죽기로 결심하고 마지막 여행을 갔다. 여행지에서 술을 마시다 중후한 신사를 만났는데 신사의 모습이 어찌나 믿음이 가고 친절하든지 자신의 괴로운 속내를 다 털어놓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이튿날 잠에서 깬 친구가 식사를 하다 지난 밤 일이 불현듯 생각나 주인에게 물었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신사는커녕 다른 투숙객은 한 명도 없었다는 것. 그 말을 들은 친구는 그럴 리가 없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걱정하지 말라며 어깨를 토닥여준 신사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주인이 창밖의 커다란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따 머시 그리 부애난 일이 있었던가, 술을 허천나게 묵고 저짝 저 낭구헌티 뽀짝 붙어서 울고불고 계속 씨부려싸틍만. 저 낭구가 어지께 쪼까 댔을 것이구만."

그러면서 주인이 저 낭구가 온천지 상서로운 기운을 빨아들여 흠뻑 품고 있다가 사람에게 뿜어내는데 어제 지대로 임자를 만나 기운을 다 뱉어냈으니 앞으로는 만사형통할 것이라고 장담을 하더란다. 그날 밤 친구의 말을 밤새 들으며 기운을 북돋워 준 나무가 바로 회화나무였다고 한다. 참 재미있게 말을 전하는 초로의 여인 이야기를 웃으며 들었지만 그때부터 회화나무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밑져야 본전. 회화나무에 손을 올리고 마음속에 숨기고 있던 소망을 털어놓은 건 며칠 후였다.

구화폐 천 원에 그려진 도산서원의 나무가 학자수로 불리는 회화라는 것, 회화나무에는 스스로 우는 꽃인 자명괴가 있는데 이것을 먹으면 천상의 일과 지상의 일을 모두 알게 되는 신통력을 갖게 된다는 것, 그 꽃을 따먹고 천지인의 길흉을 알게 되어 까마귀가 까옥까옥 운다는 것 등등은 회화나무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애정으로 변하기 전 단계에서 알게 된 내용이다.

이쯤에서 거짓말 같은 사실을 전한다. 초로의 여인 친구는 그 후 심기일전해서 장사를 재개했는데 "쪼매 과장하자면 시장에서 준재벌 정도" 됐단다. 그뿐만 아니라 회화나무처럼 멋진 남정네를 만나 새 가정을 꾸렸고 말썽 피우던 아들도 사업 하는 좋은 배필을 만나 잘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모든 일이 회화나무 기운을 받은 덕이라고 몇 번이나 되뇌었다. 오래된 사물 특히 나무에 정령이 깃들어 있다는 말을 믿게 된 건 초로의 여인 말 때문만은 아니다.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오래된 내 소망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내내 부러워하던, 내겐 영원히 요원할 것이라고 믿었던 일이 신기하게도 기적처럼 이루어졌다. 내 생애 가장 큰 선물이라 생각한다.

이 글을 읽고 마음속 소망을 빌고 싶은 당신을 위해 회화나무의 소재지를 밝힌다. 금정구 팔송로 60의 6 주소지에 가면 두 그루의 멋진 회화나무가 당신을 맞을 것이다.

소설가


  추천하기   목록보기

Copyright 1999-2022 Zeroboard / skin by zero
Copyright 1996-2022 . All rights reserved.
Tel. 051-806-8562 Fax.051-807-0492 (사)한국작가회의 부산지회
후원계좌 : 국민 551101-01-4187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