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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삶을 흔든 한 권] 옛 영화에 빠진 20세기 중국에 대한 통렬한 풍자-아큐정전/루쉰(12/2)
부산작가회의  (Homepage) 2016-12-02 09:47:09, 조회 : 2,612, 추천 : 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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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의 <아큐정전>을 언제 읽었는지 기억에 없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고 그 당시에(1921년) 풍자의 기법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루쉰의 능청스러운 글 솜씨에 감탄한 기억은 있다. 이 작품은 당대 중국이 처한 시대 상황과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중국민족의 태도를 아큐라는 우스꽝스러운 인물을 통해 풍자한다. 루쉰은 후스와 함께 중국 근대문학의 개척자이자 선구자다.

아큐는 문제적 인간이다. 또한 신해혁명의 와중에 있는 시대착오적 중국, 혹은 중국인 전체를 상징하는 전형적 인물이다. 그는 무능하지만 결코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사람이 어리석어 자신의 능력을 몰라줄 뿐이라고 치부한다. 쥐뿔도 없으면서 허위적인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같은 마을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도 들어가 보지 못한 성안 사람까지 경멸해 마지않는다. 그는 싸움에 지는 법이 없다. 그의 독특한 '정신 승리법' 덕분이다. 그는 건달패에 실컷 두들겨 맞고 '나는 벌레다!'라고 외치고 나서야 겨우 풀려난 주제에 '나를 경멸할 수 있는 이는 나밖에 없다'는 이상한 논리로 자기가 승리했다고 합리화한다. 죄의식도 없다. 성안에 들어가 좀도둑질한 물건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뻐긴다. 그런 주제에 옛 예법은 무척 따지기 좋아한다.

그의 최후는 참혹하면서 우스꽝스럽다. 그는 혁명의 뜻도 모르면서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혁명당원이 되고자 하나 거기서도 쫓겨난다. 그는 혁명당원으로 체포돼 총살될 때까지 자신이 왜 죽는지 이유조차 모른다. 다만 이렇게 되뇐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해결될 거야.'

아큐는 당시 청일전쟁, 아편전쟁 등에서 패배하면서 열강의 요구로 영토를 조차지 형식으로 내주고도, 아직도 대국이라는 자기 기만적인 자존심만 내세우는 중국, 중국인에 대한 통렬한 자기풍자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이 자기 풍자는 덩치 큰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옛 영화의 기억에 침잠해 있는 중국에 대한 경계를 담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미몽에서 하루바삐 중국이 깨어나길 바라는 루쉰의 애국, 애족 정신이 풍자의 기법 속에 집약되어 있다.

루쉰이 이 작품을 쓴지 올해(2016년)로써 딱 5년 모자라는 100년이다. 그럼에도 지금 대한민국에는 아큐 같은 인물이 하나 산다. 그는 1970년대에서 정신의 성장이 멈춘, 시대착오적인 인물이다. 그는 샤먼의 지배를 받는 주제에 공주라는 자기 기만적인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져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의견 따위는 경멸해 마지않는다. 심지어 한 나라 국민의 95%가 자신을 거부해도 자신이 옳다고 굳게 믿는다. 그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도 언제나 태연자약하다. 죄의식도 없다. 남의 돈을 갈취하고도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항상 남의 탓으로 돌린다. 그는 자기 생각이 없는 아큐보다 못한 인간이다. 오늘날 한국의 루쉰은 누가 될 것인가.

정태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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