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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김하기 소설가 [토요에세이] 공무도하가
부산작가회의  (Homepage) 2014-11-25 15:50:55, 조회 : 4,998, 추천 : 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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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김하기 , 소설가 [토요에세이] 공무도하가 2014.11.22 (토)

<부산일보 기사링크>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sectionId=1010110000&subSectionId=1010110000&newsId=20141122000061

며칠 전 여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이윤택 연출가가 오빠의 두만강 도하기(渡河記)를 주제로 악극 '공무도하가'를 만들었다는데 아느냐'는 것이다. 난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의 두만강 도하기가 저마다 다른 해석과 버전이 나도는데 이윤택의 공무도하가도 그중 하나일 거라고 말하고 한번 보러 가야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공무도하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조선 시대의 가사문학으로 백수광부가 술병을 들고 강을 건너가자 그 아내가 부른 노래이다.

태화강 건너며 어른이 되어 갔지
두만강 건넌 뒤 난 새롭게 태어나

공무도하(公無渡河, 임아 그 물을 건너지 마오)/공경도하(公竟渡河, 임은 기어이 그 물을 건너셨네)/타하이사(墮河而死, 물에 빠져 돌아가시니)/당내공하(當奈公何, 가신 임을 어찌 할꼬).

난 어릴 때부터 금기를 어기고 고향 울산의 태화강을 자주 건넜다. 우리는 부모님들로부터 '얘들아, 강을 건너면 안 돼'라는 '공무도하'의 잔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매년 강을 건너다 빠져 죽은 아이들의 꽃상여가 마을 앞을 지나갔다. 그러나 우리는 여름이면 향교가 있는 이쪽에서 개헤엄을 쳐 강 건너 십리대밭으로 갔다. 강을 건널 때 양수장 위 꼬시래기 바위 쪽이 가장 위험했다. 그곳은 물이 깊고 물살도 세지만 무엇보다 빨래하다 빠져 죽은 뒷집 누나가 발목을 잡아당긴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죽음을 무릅쓰고 강을 건넜을까. 강 건너에는 또 다른 세계가 있었다. 강 건너 대숲 안에는 죽순과 뱀, 담배와 술, 음담패설과 유희 따위가 있었다. 아무튼 강 이쪽은 향교로 시작되는 마을의 엄격한 윤리 질서가 지배하는 곳이라면 강 건너 세계에는 일탈과 자유, 어른을 흉내 내는 위악(僞惡)과 해방감이 있었다. 우리는 발가벗고 강을 건널 때마다 머리와 남성이 굵어지면서 어른이 되어 갔다.

내 인생의 또 한 번의 도강은 1996년 7월에 있었다. 부산여름소설학교 일원으로 중국으로 간 나는 연변 조선족 작가들과 만나 연이은 고량주 '간빠이'로 취한 데다 금강원 식당에서 '역도산' 술까지 마신 뒤 취중 월북을 했다. 백수광부가 물을 건널 때 손에 들었던 것이 술병이었듯이 나도 완전히 만취한 상태에서 두만강을 건넜다.

그러나 백두산에서 내려온 두만강 물은 세차고 냉갈스러웠다. 물을 거푸 마시며 죽음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데 마지막 순간에 누군가가 날 물 밖으로 밀어내었다. 난 북한 땅 강기슭에 누워 강을 건넌 '공경도하'의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간 북녘 땅은 기대보다 실망이 컸다. 가난과 고난의 행군으로 인한 피폐한 삶과 봉건적 억압, 폐쇄와 무지가 엿보였다. 북한은 김정일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나를 믿지 않았고 남한은 무단 월경한 나를 국가보안법으로 다스렸다.

두만강 도하는 20년 동안 중독되었던 술과 담배, 경직된 이념을 씻어내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후 태화강을 헤엄치는 어린애처럼 순수하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었다. 한때 태화강은 하류로부터 상류에 이르기까지 간장물처럼 썩어 수영을 하기는커녕 고기도 살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태화강 정화 사업으로 수질이 맑아져 수영 대회를 열기도 한다. 현재 나는 사라진 연어가 다시 돌아오고 있는 유년시절 고향의 강으로 돌아간 상태다. 앞으로 나 자신을 정화시키기 위해 또 몇 번의 강을 건너야 할 것인가? 이번 주말 이윤택의 '공무도하가'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강을 건너야 한다.


-김하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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