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부산작가상 소설 부문 수상자(2025년)
페이지 정보
- 수상작품
- 김옥숙 / 『천사가 죽던 날』
- 심사위원명
- 문재원, 김헌일
- 등록일
- 25-12-02
본문
* 약력
등단- 2003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전태일 문학상 소설
저서- 산문: 『희망라면 세 봉지』, 『김형률』 외
시집: 『새의 식사』
장편 소설: 『식당사장 장만호』, 『배달의 천국』 등
소설집: 『소파에 뚫린 작은 구멍』
수상- 천강 문학상 소설 대상
*심사평
2025년의 소설은 어느 해보다 동시대의 불안과 균열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있었다. 이번 부산작가상 소설 부문에 오른 작품들 역시 정치·경제적 압박, 돌봄의 위기, 세대와 계층의 간극, 지역성과 생존의 윤리 등 한국 사회가 겪는 복합적 현실을 각기 다른 서사적 전략으로 탐색하고 있었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 속에서 ‘작가는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곤혹스럽게 공유된 자리였다.
심사 대상에 오른 작품은 조미형 작가의 단편소설집 『뿔피리』, 김대갑 작가의 장편소설 『푸른 뱀』, 김옥숙 작가의 장편소설 『천사가 죽던 날』 세 편이었다. 이 작품들은 모두 폭력과 소외의 시대를 통과하는 인물들의 생존 감각을 중심축에 두고 있으며, 그 시대적 현실을 서로 다른 결로 형상화한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뿔피리』는 고립된 현대인의 생존 투쟁을 거칠고 밀도 높은 문체로 그려낸 작품이다. 불평등과 박탈감, 정서적 소진 등 동시대의 감정 지형을 직설적이면서도 생생하게 포착했다. 인물이 끝내 긍정의 의지를 놓지 않는 점은 울림을 주지만, 비극적 단절로 수렴되는 서사적 패턴이 반복되며 변주의 폭이 다소 제한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푸른 뱀』은 청사포 망부석, 망부송에 얽힌 전설을 중심으로 해안 어민 공동체의 삶과 샤머니즘적 세계를 높은 취재력과 감각적 문장으로 정교하게 구축하여 보여주었다. 청사포와 세이셸이라는 공간을 연결하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장치는 소설적 상상력을 확장시키는데 주효했다. 다만 청사포 사건과 세이셸 설화가 자연스럽고 완전히 결합하지 못한 탓에, 서사적 긴장감이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분산되는 측면이 있었다.
『천사가 죽던 날』은 10대 청소년들을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가기까지 하는, 사회와 일부 부모들의 삐뚤어진 교육관과 단절된 소통, 왕따와 학업 문제, 사랑의 부재, SNS의 폐해 등 동시대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어두운 질문들을 정면으로 응시한 작품이다. 삶의 존엄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흔들림 없이 끌고 가며, 저승에서의 마지막 대화라는 장치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다시 묻는 데 성공했다. 후반부의 긴장감이 다소 이완되는 부분이 있으나, 인물을 향한 서늘하지 않은 시선, 즉 고통을 포착하되 그것을 다정하게 감싸는 서술 태도는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으로 꼽을 만하다.
매체의 홍수가 일상이 된 시대에도 소설의 언어가 여전히 빛나는 이유는 화려한 수사나 작가적 권위가 아니라, 세상에 지친 어깨의 슬픔을 감지하고 그것을 조심스레 호명하는 감각적·정동적 연결에 있다. 이러한 기준에서 보았을 때, 『천사가 죽던 날』은 동시대의 민낯을 섬세하게 포착하면서도 돌봄과 연대의 가능성을 품은 서사로서 특히 우수한 성취를 보여주었다.
이에 우리 심사위원단은 김옥숙 작가의 『천사가 죽던 날』을 ‘2025년 부산작가상 소설 부문 당선작’으로 선정하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당선자에게 따뜻한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 수상 소감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내려오다 부산 작가상 수상 소식을 들었습니다. 올해 책 두 권을 출간하고 힘이 빠져 있었는데 수상 소식을 들으니, 큰 격려를 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무궁화호 창밖을 내다보니 노을빛을 품고 바다로 흘러가는 낙동강이 보였습니다.
20년 넘게 살던 도시를 떠나 부산으로 내려온 지도 벌써 17년째입니다. 아무 연고도 없는 해운대 마린시티에서 공부방을 열어 밥벌이를 했던 경험, 사교육 시장에 몸담았던 경험이 청소년 소설의 시작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밤늦도록 이 학원 저 학원을 쫓아다니는 아이들이 안쓰러웠습니다.
저의 소설에는 유난히 많은 죽음이 등장합니다. 청소년 자살 문제를 다룬 『천사가 죽던 날』을 쓰면서 아이들의 죽음을 다루는 일이 많이 조심스러웠습니다. 새처럼, 길가의 나무처럼, 그냥 살면 된다는 것, 오늘 이 순간이 가장 찬란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죽음을 많이 다루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랫동안 혼자서만 글을 쓰다가 부산소설가협회와 부산작가회의에 가입하면서 이제야 부산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부산의 작가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더 나은 작품을 쓰기 위해 정진하겠습니다. 큰 힘이 되어주신 동료작가 분들, 심사위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